전남일보 - jnilbo.com
StartFragment"지역에서 활동하다보면 한계점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작가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 그런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최근 만난 작가들이 대화 중에 자주 꺼냈던 얘기다.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이라 불리는 '예향(藝鄕)' 광주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해 공식 개관을 했고,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아트페어가 열리는 '문화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이곳, 광주에서 느끼는 한계점이란 도대체 뭘까. 취재수첩을 덮고 나눈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궁금증이 풀렸다.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 공유공간 뽕뽕브릿지를 방문했다 조각가 A씨와 30여 분간 얘기를 나눴다. 뽕뽕브릿지는 작가, 주민들을 위한 공유공간으로 지난해 11월 3일 문을 열었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커피숍으로 운영될 예정인 뽕뽕브릿지를 발산마을에 뿌리 내리게 한 A씨의 생각이 궁금했다. A씨는 "이 공간을 통해 대의명분을 세우기 위해 접근한 게 아니다. 광주하면 메가 이벤트급 행사들이 많다. 지역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내실을 기하는 뿌리 내리는 작업이 먼저라 생각했고 주민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문화전당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했던 B씨. 취재가 끝나고 그에게 레지던스 참여 작가라는 명함을 받고, 처음 작업실을 찾아갔던 첫날 소감이 어땠는지 물었다. 후일담을 들려줬다. B씨는 "작업실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일반 사무실 같았다. 벽이 온통 흰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는데 '어떤 작업을 해볼까'하는 고민을 하기도 전에 우린 다른 고민에 빠졌다. 뭐였을 것 같냐"고 되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작업실을 어떻게 하면 조심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까'였다. 벽에 못을 박거나 흠집을 내지 않았으면 한다며 당부하더라"면서 웃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당시 B씨의 심정이 어느 정도였을 지 충분히 공감이 됐다. 최근 몇년새 예향 광주에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갤러리는 영리 목적이 아닌 청년 작가들을 위한 문화나눔공간으로 변모하고, 시립미술관은 청년예술인지원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예향 광주의 원동력은 메가 이벤트급 행사이기 전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유명세, 작품 가격, 판매 실적 등을 떠나서 그들 모두가 문화수도 광주를 있게 한 보석이다. 언제든 덧칠할 수 있는 작업실 페인트 벽을 먼저 생각하다 옆에 둔 보석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한계점'은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우선 순위에 둬야 할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의 한계점이 아니였을까. 주정화 문체부 기자 jhjo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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