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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 중간의 “어떤 지점”에 관하여

ⓒ [Ryota Shiibashi] the origin #10, photo collage, 38×45.5cm, 2016

 시이바시 료타는 자신이 오른 산을 사진으로 찍어 인쇄하고 해체하여 뿔뿔이 흩어진 산의 조각을 재구성함으로서 하나의 운석같은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얼핏 보면 거대한 바위인 듯 하나, 다가와 보면 다양한 산의 풍경이 각도와 거리, 빛의 가감에의해 서로다른 얼굴을 가지고있는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산의 풍경을 찍은 사진이 아닌, 산을 콜라쥬함으로서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것이 “the origin”시리즈이다.

산이란 종종, 자연계의 ‘어머니’로 비유되곤한다. 자연의 만물이 태어나고 생명력 넘쳐흐르는 산이, 생명을 체내에 열달간 잉태하여, 세상속에 태어나게하는 어머니의 존재로 묘사되는것은 세계 공통의 일반적 생각일 것이다. 한편, 산이 토지의 70퍼센트를 점유하는 한국에서는, 각 산에 산신령이 깃들어있어, 생과 사를 초월하는 존재로서 숭배되어왔다. 일본의 산에도 수많은 신들과 죽은자들의 영혼이 머무른다는 사상이 깊이 뿌리내리고있다. 그러나 산은, 드높고 아름다운 존재인 동시에, 산을 오르려는 인간의 욕망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식인 산’, ‘악마의 산’이라는 별명이 붙을정도로 산은 생과 사, 혹은 이를 초월한 것들이 공존하는 대상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지구상의 생물체 중, ‘생과 사’를 고찰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생’을 인식함과 동시에, ‘죽음’을 의식하게된다. 그렇기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바꿀 수 있다. 위험천만한 산에 오르는 작가는, 자신이 등정한 산을 사진으로 찍음으로서 생과 사가 교차하는 순간을 체현하고 시각화한다. 또한 그 순간을 콜라주라는 기법을 통해, 작품은 풍경사진에서 차차 하나의 타블로로 변화해간다. 예견할 수 없는 사진의 사실성, 그 안에서 편집된 우연성이 조합되어 산은 거대한 바위의 이미지로 변모한다. 2016년 처음 시이바시가 발표했던 작품 “the origin”은, 흑백사진만을 재료로서 사용하여 산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로 입체감 있는 덩어리를 재현하였다. 새하얀 배경에 떠오르 듯 거대한 운석이, 우주공간 속을 유랑하는 가공의 혹성처럼 보여진다.

시이바시의 작품을 되돌아보면, 2개의 상반되는 가치나 문맥을 가시화하는 방식의 표현이 눈에 띈다. 슈퍼마켓의 광고전단에 실린 가격을 잘라 콜라주하여 만든 수류탄이나, 세일(sale)이라는 문자로 권총이나 총탄을 보여주 듯, 그 폭력적인 이미지를 싸구려같고 흔해빠진 슈퍼의 광고전단으로 교묘히 가치를 역전시킨다. 또한, 그의 잘품속에 일관된 테마로서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가에대한 자문도 보여지는데, 특히 여성의 ‘유방’을 소재로 사용한 “가슴”시리즈는, 가치 이전에 인간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있다. 이렇 듯, 작가의 산에 관한 관심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작품, “the origin”은 그가 평소 가지고있던 테마를 착실하게 작품화해나간다.

그리고 시이바시는 이번 한국, 광주에서 열리게 될 “어떤 지점”에서 신작을 발표한다. 약 3개월간의 레지던시의 성과물로서 발표하게될 이번 신작에서는, 컬러 사진을 사용하여 콜라쥬함으로서 더욱 더 평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사진보다는 추상적인 회화성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산에 올라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모습은 더이상 작품 속에서 사라지고 색과 형태만 남은 산의 파편들만이 떠오르게된다. 그것은 “우리의 지구도 언젠가는 멸망하여 또 다시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죽음에서 삶으로 계속되는 일련의 사이클에 지나지않을 것 입니다.” 라고 작가가 이야기하듯, 생과 사가 스치듯 교차하는 태초의 순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 [Ryota Shiibashi] the origin #20 , photo collage, Korean paper 45×32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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