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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끝에 있는 것

광주에 체류하고 있는 하구리 미도리가 작업 테이블로 쓰고 있는 식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지도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일본어판 광주 관광지도였다. 흔하게 아무데서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이 지도에는 실제 하구리가 방문한 장소와 그 흔적, 오방색의 실을 이용한 체인스티치가 꿰메져 있다.

우리는 보통 모르는 곳을 방문할 때 지도를 손에 넣고, 대부분 지도는 관광객을 위한 것이다. 하구리의 전 작품을 보면 그녀가 관광과 도시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살명소 시리즈”라는 제목의 일련의 회화작품은 일반 여행자 혹은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한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는 국내외 관광지를 주제로 하며, 명도 높은 물감과 힘 있는 획 폭으로 장소에 부여된 이면성을 표현했다. 또한, 어떤 지식도 없이 모르는 곳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눈에 띈 것들, 우연히 들은 것들도 하구리의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이러한 우연의 발견은 그 장소 (혹은 공동체)의 주민에게는 하찮은 현실, 혹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존재 조차도 발견하는 관광객의 시선에 중첩되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1930년대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출판된 여행잡지와 동시대에 발행된 광주 지도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한다. 이런 자료 속에서 코가네쵸, 아사히바시, 히노데바시와 같은 하구리가 사는 요코하마와 관련이 깊은 지명, 다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당연히 출판물이 발행된 배경에는 일본 통치하의 한반도에 관련된 관광정책이 있었던바, 이러한 지명의 일치는 단순히 우연의 결과물은 아니다. 자신의 생활권과 광주라는 장소는 과거 연결된 곳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을 손으로 더듬어 찾는 이러한 과정처럼, 하구리의 작업 테이블에 펼쳐진 모조지와 스케치북에는 손으로 그린 광주의 지도가 그려져 있고, 과거의 문, 건물, 혹은 현재에도 남아있는 비석, 지형이 한글, 한문, 일본어로 적혀져 있다. 그저 일시적으로 방문하려던 도시에, 가야만 하는 장소, 알아야만 하는 것들이 나타나 있는 것이다.

3개월의 성과를 발표하는 이 전시에서는 “붕어빵” “쌓고 쌓기” “괜찮다”와 같은 자유로운 시선, “카네보” “덧칠” “아사히 다리 건너”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를 쫓는 시선이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전시의 중점이 되는 두 장의 초상화가 있다. 여기에 그려진 두 여성은 광주의 황금동(과거 기타무라로)과 요코하마의 코가네쵸(과거 황금정)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실제 인물이다. 이 두 장소는 과거 남성 손님을 접대하는 점포로서, 문화공간으로서의 현재를 공유한다. 전작에서 많은 풍경을 그려온 하구리는 이번 작업에서 역사의 증거로서의 건물, 그 주변의 풍경이 아닌, 평행적 역사를 가진 장소에 존재하는 동시대 여성의 “표정”을 주제로 한다. 이는 움직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시점을 잡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두 여성의 무심한 표정을 모사하면서 현재 존재하는 장소의 이 이후의 모습을 생각해 본 것은 아닐까.

視線の先にあるもの

光州滞在中に葉栗翠が作業机として使っていたダイニングテーブルの上には、数種類の地図が無造作に置かれていた。その中でまず目に入ってきたのが、日本語の光州ガイドマップだった。街の各所で配布されているこの地図に、実際に葉栗が訪れた場所とその足跡を、五方色の糸を使ってチェーンステッチで縫いこんである。

私たちが地図を手にするのは、多くの場合、知らない場所を訪れたときであり、そしてそのほとんどが観光客に向けて作られたものだといえるだろう。葉栗のこれまでの作品を眺めていると、彼女が観光と都市の関係に関心をもってきたことが伺える。「自殺の名所シリーズ」と呼ばれる一連の絵画作品では、行楽客だけでなく、自らの命を絶とうとする人々も惹きつけてしまっている国内外の観光地を題材に、明度の高いパレットと力強いストロークで、場所に付与された二面性を表現してきた。また一方で、何の予備知識も持たずに、見知らぬ土地でたまたま目に入ってきたもの、たまたま耳に聞こえてきたことも、葉栗の作品においては重要なモチーフである。こうした偶然の発見は、その場所(または共同体)の住民にとっては、取るに足りない現実、あるいは見せたくない存在さえも見つけてしまう観光客の視線に重なっている。

光州での制作は、1930年代に日本人観光客向けに出版された旅行雑誌と、同時代に発行された光州の地図を手掛かりにしている。これらの資料の中に、黄金町、旭橋や日ノ出橋といった、葉栗の暮らす横浜で親しみ深い地名や橋の名前と遭遇したのだが、言うまでもなくこれらの出版物が発行された背景には、日本統治下の朝鮮半島における観光政策があり、こうした地名の一致は偶然の産物として単純に片付けられるものではない。自身の生活圏と光州という場所は、過去でつながれていたのだ。この目に見えない鎖を手探りで掴もうとするかのように、葉栗の作業机に広げられた模造紙やスケッチブックには、 光州の地図が手で描き写され、かつてあった門や建物、また現在まで残る石碑や地形が、ハングルと漢字と日本語で書き込まれていた。一時的な訪問先だったはずの街に、行かなければならない場所、知らなければならないことが現れたのだ。

三ヶ月の滞在制作の成果展として開催される本展では、「鮒焼き」、「積み積み」、「大丈夫」に見られるような、これまでの作品にもあった気ままなまなざしと、「カネボウ」、「上塗り」、「旭橋を渡る」のように、目に見えない歴史を追いかけようとする意図のある視線が共存している。そして、最後に今回の展示の中心的な存在である二枚のポートレートだが、そこに描かれている二人の女性は、 光州の北村楼と横浜の黄金町で現在働いている実在の人物だという。この二つの場所は、男性客を接待する店としての過去と文化施設としての現在を共有している。これまで多くの景色を描いてきた葉栗が、ここでは歴史の証ともいえる建物やその周囲の風景ではなく、パラレルな歴史をもった場所にいる、同世代の女性たちの「表情」を題材に選んだのは、動き続ける歴史の流れの中で、葉栗自身が生きる今という時点を捉えたいという願いに因るものだろう。そしてまた、この二人の女性たちが見せる何気ない表情を写し取りながら、今いる場所のこれからの姿に思いを巡らせていたのではないだろうか。

平野真弓(キュレーター、98B COLLABoratory)

updating

520×660mm, map thread,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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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660mm, map thread,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積む積む

tsumtsum

245×450×175mm, paper,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a woman working in Golden town.

光州の黄金町で働く女性

a woman working in Kogane-cho in Gwangju

910×727mm, Acrylic on canvas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横浜の黄金洞で働く女性

a woman working in Hwangguem-dong in Yokohama

910×727mm, Acrylic on canvas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鮒やき

fish-shaped cake

390×540×110mm, paper,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大丈夫

you’ll be fine.

480×160×150mm, paper, 2018 Ⓒ 葉栗翠 하구리 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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