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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on Art Spaces in Taipei”

1. 들어가는 글

내가 거주하는 도시 광주는 아시아문화예술중심도시조성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내가 지금껏 지켜봐온 바로는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의 부재와 시민들의 문화예술향유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하여 각종 페스티벌과 예술 공간 등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의 반영과 지역민들의 문화향유증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각 공간의 특성에 따라 향유하는 대상이 이미 한정지어지는 현재의 한계점을 넘어 지역차원의 원동력과 개성을 가진 문화예술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나는 이 레지던시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예술공간으로써 어떠한 편견 없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법한, 너나할 것 없이 예술로 전율할 수 있는 공간 기획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인은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장르에 관계없이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공간,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과 발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간에 관하여 탐구하고자했다. 이에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한 국제교류레지던시에 참여하며 타이페이의 다양한 공간 활용과 이에 따른 지역민들의 향유실태에 관해 리서치하였다. 구체적으로 유휴공간의 문화예술공간 변모, 다채롭고 질높은 전시와 이벤트,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살펴보려고 한다.

2. 리서치 공간 분석 및 사례

2-1. 유휴공간 활용

문화예술공간이란 대중의 소극적 문화예술 향유 활동을 적극 참여로 유도하고자 하며 동시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예술가들에 의해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예술창작스튜디오는 예술가들이 창작과 제작의 기회를 제공받게 하고 다른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타 장르와의 소통을 가능케 하며, 일반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통로로 이용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유휴공간의 문화예술창작 공간 활용은 첫째, 궁극적으로 예술가들이 창제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둘째, 기존의 활용 용도가 퇴색하여 더이상 쓰이지 않는 버려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면서 도시이미지, 도시경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셋째, 도심 속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조성된 문화예술창작공간은 예술가들이 일반대중들과의 소통을 보다 용이하게 하며, 기존공간의 문화적 접근 가치가 높아지게 하고, 문화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도시 및 지역 재생의 촉매제로 활용되며, 지역문화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문화예술창작공간은 예술작가들의 작업을 지원, 제공하며 일반인들에게는 그들의 대상으로 하는 미술체험프로그램이나 각종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진행 및 지원하여 예술가와 일반 시민들의 소통을 통한 문화 커뮤니티 조성과 공공성의 목적을 두고 있다.

(1) 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

송산 문화 창조 공원은 1937년 일본 식민지 시대의 대만 소토쿠후 담배 독점관청으로 쓰였던 장소로 공간 복원 이후 대만 독점국이 인수하여 대만 지역 담배 및 알콜 송산 공장으로 재명명되었다. 2001년에는 타이페이시 99번째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로 개명된 것이다. 이전 대만 최초의 현대식 담배공장으로 이용되었던 공간으로 초기 1200명의 근로자를 고용했을만큼 규모가 컸으며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던 곳이다. "산업 단지"의 개념은 Songshan Tobacco Factory의 초기 개발 과정에서 채택되었으며, 생산 라인 외에도 공장 직원의 이익과 필요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전체 공원 중앙에 위치한 넓고 개방적인 정원은 당시 산업 공장에 있어서 굉장히 선구적인 실외 디자인과 설계를 보여준다. 일본 초기 모더니즘에 기반한 세련된 건축 양식을 지닌 이 송산 담배 공장은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대만의 창조적 허브로 탈바꿈하여 디자인 뮤지엄, 갤러리, 서점, 크리에이티브 랩 등을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다. 2012년에는 창조적 재능과 에너지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타이베이의 창조적 허브"로 지정되었다. 공원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 독창성과 혁신을 불어 넣어 오늘날 산업 트렌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또한 단순히 전시를 위한 플랫폼이 아닌 예술가들의 창조적 영감을 키우고 양성하기위한 허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Creative Lab", "Creative Co-Op", "Creative School"및 "Creative Showcase"의 네 가지 메인컨셉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문화 및 창조성 행사의 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영화 촬영, 기자 회견, 장기 또는 단기 전시회, 시상식, 심포지움, 세미나, 패션쇼 등 다양한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공원의 문화유산을 활기 넘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이 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강조되며 점차 타이페이의 문화 및 창조 산업의 대표적인 허브로 자리 잡았고, 국제적 교류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 Free Art Fair, Art Freedom Day

프리아트페어라는 이름과 같이 모든 제약을 깨고 예술적 자유를 허용하는 '플랫폼'을 조성하는 공간. 국제적인 작가들이 장소와 금전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예술 이벤트이다. 예술은 해방의 수단이라는 개념을 지향하며 자유의 창출로써 모든 실현들을 가능케 하고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 작업 소개 및 판매와 더불어 작업의 발전 기회를 제공한다.

2014년 이라크 예술 문화재단에서 타이페이 자유 예술의 날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문화재단은 대만에서 꽤 규모가 있는 기업으로 각종 생활문화산업과 문화예술계를 비롯하여 환경 및 사회 문제에 관하여 다양하게 손을 뻗고 있다. 이들은 전시 기획, 도서 출판, 프리아트페어(국제 미술 박람회) 개최 등 대중들에게 환경보호, 인문 및 예술을 장려하며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재단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소통의 공간과 시각적 공간을 열고자 한 것이다. 지역의 자원과 같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며 관객들의 공유를 목표로 한다. 신진 작가들의 아이디어나 작업들을 자유롭게 실현해볼 수 있는 장이자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의 장으로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 심사위원을 선정하여 우수 출품작에 대한 시상을 진행한다.

대체로 고가에 매겨지는 작품의 가격과 작품성에 관계없이 예술가의 인지도에 따라 소비의 대상이 되는 미술시장의 현시점에서 프리아트페어는 하나의 실험적 옥션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작품을 익명으로 판매하고 가격 지불 후에 작품구매자는 작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아트페어의 수익금은 온전히 다음 해의 운영비용으로 사용된다.

2014년의 경우 대만 작가 85% 외에도 한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리아, 홍콩 등 다국적인 작가들이 참여했고 2015년부터는 일본 오사카와의 교류를 시작하여 오사카 ART COCKTAIL에서 개최하는 예술창작이벤트인 “ART FEAST SUMMER“와의 아티스트 부스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국의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프리아트페어에 참여한 작가의 타이페이 내 작업에 대한 지원 등 국제적 교류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방문하였을 당시 한국 출신 작가의 부스도 눈에 띄었다.

프리아트페어는 작가들에게 공간에 대한 보증금 개념의 소정의 금액을 청구하고 그 외 공간 활용 방식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작가의 영역에 둔다. 널찍한 이전 공장 건물 내에 각 부스는 완전히 생략되거나, 작가의 입맛대로 디자인하고 설치하거나, 각 작가 부스 활용 방식에서 작가들의 개성과 작업적 특성을 살린 자율성이 눈에 띄게 돋보이며 갤러리 형식의 획일화된 큐브 나열식 페어와는 완연한 차이가 보였다. 또한 프리아트페어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전시에 관한 일괄적인 공지사항이나 규정이 아닌 개개인의 QnA에 대한 답변의 전달 형식으로 작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에서도 주최측의 오픈마인드가 여실히 느껴졌다.

올 2018년 프리아트페어는 4회째를 맞이하였으며 최초로 이 송산 문화 창의 공원의 메인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이 곳을 찾은 관객들 역시 관람을 넘어서 작품에 직접 참여하고 작품의 주체가 되기도 하는 형식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프리아트페어'라는 명칭에 담겨있듯이 예술의 자유를 주창하고 작가의 자유와 더불어 관람객들에게 역시 예술 속 자유로운 전율의 경험을 선사한다.

(2) Huashan 1914 - 양조장 건물

1914년 일본인에 의해 운영된 와인 양조장이었으며 한때 400명의 직원을 고용했을 정도로 대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와인 생산업체 중 하나였던 곳이다. 1922년 일본 정부의 와인 독점 실시로 양조장의 역할을 상실하고 1929년 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 곳을 인수하여 다시금 포도주 양조장으로 사용하며 와인 개발 및 생산으로 공장의 황금기를 맞았던 바 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시내 중심부의 토지가격이 증가하고 수질 오염에 의해 와인 생산에 어려움이 커지자 Linkuo Industrial Park로 이전하게 된다. 그후 1992년까지 별다른 사용 없이 유휴 공간으로 남겨져 있던 양조장 건물은 정부에 의해 화산 특별 경제 구역으로 개칭하여 사무 부지로 사용하려고 하였지만 논란의 증가로 인해 무산되었다. 결국 1997년 Tang Huang-Chen을 비롯한 지역작가들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이 곳을 예술 대안 공간으로 변환시키고자하는 발돋움을 시작했다. 이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예술가 점거(Squat)의 대표적인 한 예로 볼 수 있는데 이를 발단으로 화산의 공간 변환을 위한 지역 작가들의 움직임이 증가하여 낡은 양조장은 1999년 화산 예술 문화 센터으로의 전환에 성공한다. 이후 2003년까지 총 4,000개 이상의 이벤트가 개최되며 타이페이 문화예술 이벤트의 주요 허브로 거듭났다. 2005년 오래된 역사적 장소들에 대한 철거 및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고 2007년 본격적으로 Hua Shan 1914 Creative Park로 명명되어 현재 전시홀, 북카페, 공연장, 영화관, 아트상품 공방 등 타이페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써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 Creative Expo Taiwan (4.18-4.22)

Creative Expo Taiwan은 2010년 이래로 문화부에서 주최하며 대만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하고 “디자인을 위한 생각/ 생각의 디자인”의 테마로 주최된 예술 이벤트이다. 대만의 문화적 트렌드와 발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이슈에 대한 영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또한 소통과 교환의 플랫폼으로써 국제 창조 산업 시장 내 대만의 경쟁력에 박차를 가한다. '디자인'을 컨셉으로 구현한 C.E.T는 “Cultural Concept / Hushan1914-Creative Park”, “Design & Craft / Songshan Culture and Creative Park”, “Licensing / Taipei Expo Park-Expo Dome” 이렇게 총 세 공간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진행되었다. 문화적 가치를 강화한 상품 디스플레이와 디자인을 테마로한 전시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과 창의적 발상에 구현된 새로운 세대의 시선과 문화예술을 해석한다.

이는 문화 및 창조 산업의 에너지 강화를 더불어 창의적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발굴하기 위하여 도입된 “문화 및 창조상” 시상과 함께 진행된다. 올 2018년 제 7회차 문화 예술상을 시상하며 전년도 출품자들이 제품 혹은 작품을 평가한다. 문화 및 창조상에 대한 검토 및 선정은 국내외 전문가 및 언론, 산업 추세 연구 및 문화산업 분야 전문가와 학술 배심원단 등으로 구성된다. 국제 배심원은 모든 출품작을 고려하며 국제적인 전문 바이어 및 시민들의 창작품 구매 지수를 참고하기도 한다. 수상내역을 통해교육부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중점을 둔 문화 및 창조적 기업을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대만 문화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 총 3곳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C.E.T 중에서도 화산1914 문화공원에서 진행되는 Body Making / Body Knowing / Body Imaging 파트가 인상깊었다. 대만의 지역적 특성과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과감한 방식으로 구현해낸 전시는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법 했다.

실제로 타이페이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송산과 화산의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으며 큰 규모의 쓰임이 아쉽지 않을 만큼 실속있게 채워진 전시장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민들의 문화예술공간 향유도에 있어서 확실히 광주에서 진행되는 여타 행사들과는 차이가 보인다. 2016년 발간된 학술지 「<광주시민 문화예술 욕구조사>의 결과 분석 연구」에 의하면 광주지역이 가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문화도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라는 도시 브랜드 구축점에 비하여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향수능력에 토대를 둔 시민의 주도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활성화가 필수 전제 조건인 것에 비하여 현재까지도 문화시설확충을 위한 정책수립, 전문인력의 양성, 유휴시설의 활용, 산업단지 문화재생 사업 등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한다. 이점에서 타이페이의 송산, 화산 문화창의 공원의 예는 유휴공간의 문화예술 공간 활용의 예는 좋은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

(3) 보장암국제예술촌(Treasure Hill) - 퇴역 군인 주거구역

보장암은 신덴강을 바라보는 낮은 언덕에 위치하며 1930년대까지는 타이베이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원지로 사용되던 지역이었다. 언덕에 위치하여 일제시대에는 군대가 주둔했고 1940년대에는 국민당군이 벙커를 만드는 등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난 1950년대부터 퇴역 군인들이 스스로 움막이나 판자집을 만들어 정착하면서 퇴역군인 거주지가 되었고 이후 많은 농민들이 타이페이로 이주했던 1970년대 이후에는 빈민, 농민들이 거주하는 슬럼지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타이페이시는 도시재개발 계획에 입각하여 보장암 지역을 도시 공원 용지로 지정한 후 1993년 철거 및 이주 공고를 내고 1994년 군대가 보유한 합법 가옥 64채의 철거를 시행하는데 이에 반대했던 군인 출신 주민 한 명이 자살을 하면서부터 사회운동가, 지역공동체 활동가, NGO 등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주민이 빈곤 상태의 노인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주가 어려웠으며 역사적 장소의 보존의 의지가 철거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1990년대 후반 대만대 건축 및 도시농촌연구소에서는 정부의 도시재개발 계획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택의 필요성 제기와 위법 건축물 합법화를 통한 주민들의 거주 지속 방안 등을 제안하였으며, 1998년 타이페이 새로운 시장 선거 기간 여러 사회단체가 보장암에서 <제 1회 타이페이 소규모 취약지역공동체 조성박람회>를 개최하였다. 이들은 타이페이 시내 비슷한 처지의 지역 주민들을 모아 비합법주거지 문제를 토론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였다. 이후 당선된 마잉주 시장은 보장암을 보존하겠다는 기존 공약대로 도시계획전문가위원회에 위탁하여 일부 구역은 기존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주 공간을 임대해주고, 다른 구역에는 예술인들의 작업실이나 갤러리로 임대하여 관광지화 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후 2002년 보장암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3년 국제 예술활동가 참여 프로젝트 등이 개최되며 대만을 대표하는 예술촌으로 본격 재탄생하였다.

한때 200가구 정도가 거주했던 보장암에 현재는 20가구 정도의 주민들과 예술인작업실, 갤러리, 카페와 식당 등이 자리잡았으며 예술인들과 마을주민이 공생하는 하나의 이상적 도시재생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기존 거주자들에 대한 거주 공간 임대는 임시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차세대 지역민들의 거주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점과 공간 정책이나 활용에 있어 지역민들의 거주 여건에 비해 예술 활성화 방향으로 논의가 편중되어 있다는 점 등의 한계에 관한 지적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해있던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나 연계는 거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기적으로 교체되는 예술가들의 순환이 지역민들에게는 피로감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작가들에게 지역 주민과의 연대감 형성을 필수요건으로 제안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간 특성상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입주가 가능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이나 단절된 거주민들과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의 기획 등 적절한 대안이 필요한 듯 보인다.

그러나 국내에서 공간의 고유한 역사와 개성이 흐려지는 것에 마다않고 무조건적 '예술 덧입히기식'으로 가꾸기에 치중한 몇몇 마을재생사례 등과 비교했을 때, 타이페이의 보장암국제예술촌이 가지고 있는 장소적 특성의 보존과 그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예술촌 조성은 국제적으로 이상적 개발 사례로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 현재 지역민들과 예술가들, 역사적 공간과 문화예술의 공생이라는 테마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겠으나 온전히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정부와의 타협으로 이 같은 공간을 일구어낼 수 있었다는 점, 역사적 보존에만 치중하지 않고 국제적 교류의 활성화에 힘쓰고 세계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4) JUT Foundation Art Achitecture

JUT미술관은 JFAA(Jut Foundation for Arts and Architecture)의 10주년, JUT 부지 발전의 3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 설립되었다. 이는 대만의 건축미학역사의 기념비적인 일이기도 하다. JUT미술관은 21세기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의 이행과 사회적 원동력의 형성에 기여하는 창의력과 촉매의 역할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고자 했으며 타이페이 내 건축예술부지의 탄생은 도시풍경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더불어 모회사인 JFAA재단의 수행과제인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사회적 재산의 생산을 통해 '미래'와 '도시'에 기반한 대만의 첫 번째 미술관이다. 일본 건축가 Jun Aoki가 미술관의 공간 디자인을 수행하였으며 Atsuki Kikuchi에 의해 증명시스템이 개발되었다.

JUT미술관 역시 타이페이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곳은 JFAA의 "미술관의 미래"라는 첫번째 전시가 열렸던 곳이다. 도시 곳곳에서 10년간의 순회전을 거친 후 이들의 전시는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곳으로 돌아와 현재 도시중심의 쇼케이스, 도시적 거주지로써의 미술관이 되었다. 또한 예술생산의 새로운 흐름에 따라 JUT미술관은 미래, 도시건축, 현대미술에 기반에 예술적 정체성을 두고 우리의 미래에 새롭게 열릴 이슈들에 관해 고찰하고자 한다.

실제로 JUT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미술관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빌딩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앞서 소개했던 화산1914문창원구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위치하였으며 모회사인 JFAA 건물과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도시의 크기와 관계없이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들이 시내중심부에 인근하고 있다는 점도 타이페이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모회사인 JFAA는 그간 다수의 실험적 프로젝트와 전시, 레지던시 등을 운영해온 만큼 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듯 보였다. 미술관의 큐레이터 두 분을 만나 전반적 소개와 전시 안내 등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한국의 리움미술관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술적 생산과 사회적 실천에 대한 기업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감사하게도 챙겨주신 JUT 뮤지엄의 아카이브 도록에서 그간의 프로젝트, 전시, 레지던시 등에 관한 방대한 정보들에 입이 떡 벌어졌다. 미술관에 투입되는 인력들이 많지 않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2년 정도의 기간 동안의 결과물들이 실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건축, 디자인, 예술,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 연계하고 있으며 예술적 실험뿐만 아니라 강의, 포럼, 워크샵 등을 통한 교육에도 손을 뻗치고 있었다. 공간의 뚜렷한 정체성과 운영 자원, 실행력의 삼박자가 완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페이에 방문하는 이들이 타이페이 현대미술관이나 송산, 화산 문창원구와 함께 꼭 들러보아야 할 공간이다.

* U-Market

JUT미술관과 비롯해 JFAA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다. 기존 리서치 계획에는 없었지만 큐레이터분의 소개로 놓치면 안됐을 이 공간을 방문하게 되었다. U-Market은 타이페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통시장의 도시적 공간 변형과 문화예술적 활용의 형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인예술시장이라는 광주의 명소를 즐겨 찾았던 나에게 굉장히 흥미로웠던 곳이다. 대인예술시장의 경우 한때에 지역민들에게 삶의 터전과 같았던 전통재래시장의 모습은 보존하면서 그곳에 인문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컨셉을 접목하여 현 대중의 구미와 욕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여전히 시장문화가 흥하고 있는 대만인지라 시장의 전통적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깔끔한 외관에 도시적 느낌이 만연한 건물에서 새롭게 구현된 점이 오히려 돋보였다. 전시, 학술 프로그램,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시장의 컨셉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이 뚜렷이 드러난다. 또한 건축적 면모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JFAA재단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미래, 도시적 컨셉 위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2-2. 로컬 연계 프로그램

(1) Taipei MOCA

1921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어린이학교로 건축되었던 이 곳은 1945년 중국 공화국시대에 들어선 이후 타이페이 시청으로 50년간 운영되었다. 이후 시청의 이전으로 1996년 타이페이시 역사적 기념물로 등록되었으며 건물의 새로운 활용 정책에 의하여 건물의 정면은 타이페이 현대미술관으로, 후면은 지앤 쳉 중학교로 양측에 지정되어 하나의 건물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공간이 각기 다른 공간으로 활용되는 이색적인 사례가 되고 있으며 타이페이의 역사적, 문화적 축의 연장선으로써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2001년 기업가에 의해 창립된 이 미술관은 7년간 정부가 위임한 현대미술재단에서 관리 및 운영을 해왔으며 이들의 노력으로 다채로운 현대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대만의 국제적 미술 교류의 문을 열었고 대중의 미적 취향과 문화적 비전을 넓혔다. 2008년에 들어서면서 국립문화재단이 본격 운영을 맡아 이전의 국제 교류 플랫폼 형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민간의 다양한 문화적 자원 및 학제적 역량을 갖춘 현대미술전시를 기획하면서 대만현대미술의 중축 역할을 맡고 있다.

대만의 역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강국의 식민지였던 암흑기를 가지고 있다.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났던 이들에게 예술은 하나의 에너지원이나 마찬가지이다. 일본식민지의 잔재였던 이 공간은 타이페이의 시청으로 전환하고 타이페이 현대 미술의 잠재력과 열정을 기동력으로 역사적 공간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한 이 곳의 혁신적이고 근대적인 면모로 국제적 교류의 기반을 구축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타이페이 중심부에 위치하여 지역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발전과 더불어 대중들의 문화예술적 기량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및 로컬연계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큐레이터는 예술의 작품과 감상은 소수를 위한 특권이 아닌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접근할 수 있어야하며 이것이 타이페이와 현대미술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얘기한다. 대중적 트렌드를 넘어서 뉴미디어와 복합장르 등 동시대적 미술을 추구하며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현실을 넘어선 새롭고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인본주의적 해석과 확장을 통해 현재의 성취를 유지하며 지역민들의 환대를 받고 도시와 공동체의 공간에 예술을 유지한다. 예술가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통해 이웃 공동체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를 활용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의 표현들을 통해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 전시 공간 구성과 더불어 작품배치도, 각 전시실 별 작품 안내용 스크린, 티켓 디자인 등 대중의 관심을 끌고 적극적인 감상을 유도하는 것 등이 인상적이 었던 타이페이 MOCA의 전시

* 로컬 연계 프로그램

Taipei MOCA는 수준있는 전시 개최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의 교육 및 홍보 활성화를 위해 어린이, 가족단위 등 대상 맞춤형 프로그램을 분기별로 기획하고, DIY 창제작 체험 및 전시 연계 컨텐츠 교육 등 지역민들이 비용의 부담 없이 다양한 예술 경험이 가능하도록 마련되었다. 일반적으로 여느 미술관 박물관이나 문화예술교육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Taipei MOCA의 경우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각 전시와 연계되는 컨텐츠를 이용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참여자들에게 더욱이 동기부여가 되도록 하며, 미술관 공간 자체가 초등학교와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드나들기도 하며 타이페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여타 타이페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가 않는 것이다. 또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MOCA의 가장 대표적인 로컬 프로그램이기도 한 Fun Street는 미술관 내부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가들과 관 밖으로 나와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일상생활의 범주에 직접적으로 스며들어있다. 사람들이 눈길과 발길이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시내 곳곳의 골목에, 건물 벽면 등에 친근하게 일상의 재미를 돋우는 작품들을 그려넣는 작업니다. 이와 더불어 각 시즌별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맵과 스탬프랠리를 활용하여 보다 지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더불어 미술관 공간 대여, 지역 내 학교들과의 직접적 연계, 자원봉사 및 인턴쉽 등의 인력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지역과의 탄탄한 연대와 소통을 자랑하며 타이페이의 대표적 미술관으로써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2) Hong-gah Museum

* 지역민들과의 꾸준한 연계 프로그램 진행

홍가미술관은 1999년 타이페이 베이터우 지역에 설립되었으며 Qiu Zaixing 문화교육재단의 공연제작을 시초로 한 본격 문화예술활동의 일환이었다. 본 재단은 대만 신진 인재 양성 및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음악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하여 홍가미술관을 설립한 것이다. 사립문화교육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타이페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3회 이상의 대만 내 문화예술협회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이 자리한 베이터우 지역은 타이페이 시내 유일한 온천단지로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동네로 2012년에는 대만관광청이 선정한 10대 소규모 관광타운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일본 식민의 시절부터 그 가치가 돋보여 휴양지역으로 개발되었다. 오랜시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으며 타이페이 내 대표적 휴양 및 관광지로써 기능하는 이 곳에 자리한 홍가미술관은 타이페이의 중심지는 아니지만 본토 지역민, 관광객들의 가까이에서 수준 높은 예술 향유의 기회와 문화예술교육의 진흥을 꾀하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한 문화예술교육과 수준높은 미학강의를 통해 교육공동체라는 재단의 본질을 지켜나가며 다채로운 전시 기획과 예술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주도하며 타이페이 현대미술플랫폼의 역할을 지닌다. 더불어 타이페이 비엔날레, 대만국제비디오아트전, 국내외 작가 개인전 등을 통한 지역예술계의 발전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전시 및 실험적 활동 전개

처음 홍가미술관을 방문한 날은 'Herbal urbanism ; Un artistic project on cosmopolitics' 프로젝트성 전시의 오픈일이었다. 이 전시는 국가와 지역을 넘나드는 대규모 장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탐구를 주제로 현대과학에서의 인간중심적 자연관에 대한 고찰과 다중 자연주의의 실천을 위한 실험적 예술의 생산과 논의로 이루어졌다. 특히나 프로젝트의 출발지가 된 베이터우는 화산지역에 위치하여 온천이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면서 대만 원주민들에게 '마녀(Pataw)의 도시'라는 의미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그만큼 모든 종류의 유적지뿐아니라 교회, 사원 및 신성한 장소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베이터우가 가진 자연 경관은 자연적 특성과 인위적 개발 및 현대적 인프라와 얽혀 수십년의 글로벌 도시화가 반영된 곳이다. 베이터우에 위치한 홍가미술관의 장소성을 활용하여 전시, 워크샵, 강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픈일 당시 설치되었던 첫번째 파트는 대만에 거주하는 프랑스 예술가 Yannick DAUBY는 베이터우 지역의 사운드 풍경을 녹음하여 지역 환경을 전시장 내에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기록은 지질학적 시간, 석재조각 산업, 하천, 수로, 도로, 산업화 이후 농업의 경관까지 베이터우 지역에 산재한 역사적 산물들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역 인력 활용, 지역 역사 조명 등 단순 소재로써의 지역적 탐구에서 나아가 실험적 예술을 통한 독특한 방식의 지역성 조명과 본질적 탐구 등을 전개하며 현대미술을 통한 지역적 연계로 홍가미술관만의 역동적 정체성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2-3. 독립 활동 공간

(1) The Cube Projece Space

더큐브프로젝트스페이스는 리서치 기반의 다양한 현대예술을 생산하는 독립예술공간이다. 후미진 골목 안 5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에 위치하며 타이페이의 전통시장에 이웃해있다. 2010년 4월을 기점으로 큐레이토리얼 프로젝트, 독립 혹은 협업의 작품들, 대중 포럼, 전시와 출판 등을 다양하게 해오고 있다. 독립큐레이터인 에이미 쳉과 음악평론가 조셉 로에 의해 창립되어 지역문화의 깊이를 넓히고 다양한 장르에 기반한 지역작가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작가들, 관람객들과의 장기적 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지역작가를 포함한 국제적 커뮤니티와의 문화적 교류 설립에 힘쓰고 있다. 이는 뮤지션, 예술가, 문화활동가, 문화평론가 등의 강연 시리즈의 연결로 꾸준히 발전해가고 있다. 더불어 2015년부터 더큐브는 20회 이상의 전시와 30회 이상의 강연 시리즈, 리서치 기반의 기사와 출판물들의 개간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국제적 수준의 전시를 개최하며 지역예술가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타이페이의 대표적 독립예술공간이다.

* collabration exihibitions with korea

보장암국제예술촌을 둘러보고 나오던 길 대만의 큐레이터 친구가 근처에 볼만한 공간이 있다며 데려간 곳이 더큐브프로젝트스페이스였다. 크지 않은 규모의 공간에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사운드, 영상,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한국의 토탈미술관과 공동 주최했던 “현실비경”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냉전시대의 경험과 산물들을 공유하는 각 아시아의 연대관계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12명의 작가를 초청하여 아시아의 근현대역사에 깊게 뿌리 잡은 사회적 정치적 상호성을 중점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실상 엄연한 아시아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라는 국가를 초월한 개념에 별다른 인식이 없었던 나에게 아시아가 공유하는 역사와 예술적 연대에 관해 처음 피부로 와닿는 느낌을 받았다. 레지던시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대만에서 한국 예술의 흔적을 찾고 반가운 마음도 컸지만, 광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고도 '아시아'라는 개념에 대해 포괄적인 어떤 집합 이상의 의미에 관심 없이 무지했던 나에게는 이 공간의 전시가 꽤나 큰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독립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규모와 예술성에 있어 어지간한 미술관만큼 수준 높은 기획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돋보였다. 또한 보다 과감한 실험과 독자적인 전문성이 갖춰진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이와 동시에 국제적 현대미술 흐름에 발맞추어가며 독립예술공간으로써의 장점을 잘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예술공간이 꼭 대중적으로 기능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마치 그들만의 잔치와 같은 느낌으로 꾸려진 몇몇 지역의 소규모 단체나 활동들과는 다른 차원의 영향력 있는 공간이었다.

(2) Bamboo Certain Studio

뱀부커튼스튜디오는 본인이 머물렀던 관두미술관과 가장 가까웠던, 즉 시내 중심부와는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있는 독립공간이다. 통상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예술서비스를 중점으로 두지 않으며, 국제 교류와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주 목적으로 두고 있다. 찾기도 힘든 위치와 오래된 폐공간을 개조한 듯한 이 스튜디오에 세계 각국에서 대만을 찾은 작가들이 단순 공간 탐방, 특정 프로젝트, 레지던시 참여 등을 위해 모여든다. 타이페이에서 문화다양성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아시아 예술 네트워크의 대표적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만큼 독보적인 정체성을 기반하고 있다. 특히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특화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문화예술에 관해서라면 일회성 퍼포먼스, 프로젝트, 예술단체, 문화행사 등 교류적 차원의 목적성을 떠나 작가 혹은 단체의 개별적 의지에 의한 것들도 수용한다. 지역차원에서 운영하는 기관 레지던시와는 다르게 널찍한 공간과 열린 운영 마인드로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 대형 작업, 시민참여작업 등 참여 작가들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들을 제공하는 것이 뱀부커튼스튜디오의 큰 장점이다.

뱀부커튼스튜디오는 대만의 새로운 예술경향에 관한 고찰과 발전을 원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역간의 경계를 하문 국제교류 증진과 생산을 위한 시간, 공간, 자원 등에 관한 창의적 환경을 제공한다. 이들이 구명하는 현대미술의 네가지 작업환경은 다음과 같다. 1. 건축과 공예, 믹스미디어 작가를 위한 작업 공간과 장비 2. 작가프로젝트를 위한 리서치와 실행에 관한 자문과 협의 3. 대중적 공간에 장소특정적 작품의 설치 4. 멀티미디어 예술의 개발과 실험을 위한 공간이다.

3. 나가는 글

타이페이에 근거한 예술공간들을 리서치하면서 눈여겨보았던 것 중 하나는 문화예술공간에 대한 지역민 향유도였다. 2016년에 발간되었던 <문화예술 욕구조사의 결과 분석 연구> 학술지에 의하면 광주지역이 가진 도시 브랜드 구축점에 비하여 실질적인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향수능력에 토대를 둔 주도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활성화가 필수 전제 조건인 것에 비하여 현재까지도 문화시설확충을 위한 정책수립, 전문인력의 양성, 유휴시설의 활용, 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 등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점에서 타이페이의 주요문화예술 공간들의 활용 형태는 여러모로 좋은 사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관두미술관과의 교류 레지던시를 통해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자료제공, 더불어 공간리서치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향후 지역문화예술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기획자로서의 활동에 단단한 초석의 역할을 할 것이다.

* 본 원고는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연구자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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