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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 Asia Culture Complex) 레지던시 리뷰-

여기 예술 세계에서 형성되는 임시 공동체를 바라보는 멋진 정신 분열증이 있다. 이른 바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바라볼 때 생기는 환상과도 같은 것인데 그 안(혹은 예술가)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때론 그들이 대표된다는 이미지와 더불어 그 경험을 구체적으로 증언 할수록 일방적인 진술이 되는 이유로 더욱 병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지도 모른다. 공동체 일원들의 서로 다른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전달 할 수 없 으며 때때로 행해지는 전달 대부분은 예술과 행정 사이의 벌어진 시간차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목적성이 훼손된 상태로 시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기 이 리뷰는 이러 한 정신병을 타파하고, 경쟁으로 내몰리는 작가들의 레지던시에 대한 로맨스와 긴장감 을 덜어내고자 하는 노력이자 ACC-R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안과 밖, 두 시선의 어긋남 을 보철하려는 시도이다. 2016년(광주), 2017년(라익스 아카데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총 3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creator 레지던시, researcher 레지던시, artist 레지던시로 구분된다. 경험에 의거해 기술하기 위해 artist 레지던시에 대해서만 언급 하는 것이 나을 것이며 나머지 두 개 는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는 것을 권유한다. 아티스트들을 위한 ACC-R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Dialogue & Exchange 라는 부제를 지니 고 있으며 제목처럼 생각과 말을 서로 교환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각자 다른 배 경에서 출발하여 다른 작업관을 형성한 작가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 특별한 결과나 목적을 예측하거나 가시화 하지 않고 예술가가 성장하는 시간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에게 시간적, 공간적, 경험적, 관계적 층위들을 열어주는 특성이 있다. ACC에서는 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공고를 내고 라익스 아 카데미에서는 정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수료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내부 모집 공고를 하여 해마다 아시아 오픈콜 작가 4인과 라익스 아카데미 출신 작가 4인으로 구성된 총 8명의 작가들을 초청하며 양측 기관이 위치한 광주에서 3개월 그리고 그 다음해 암스테 르담에서 3개월 씩 프로그램을 운영, 2년에 걸쳐 6개월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한 다. (2017이후부터 아시아지역 선정작가 4인만이 라익스 아카데미에서 3개월의 프로그 램을 지내는 것으로 변경 되었다.)

세부적인 지원 사항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ACC (아시아문화전당) - ACC 내부에 위치한 1인 1실의 스튜디오 제공 - ACC근처에 별도의 소형원룸 개인 숙소제공. - 2018년 기준 월 150만원의 stipend - 24시간 ACC 내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 및 도서대출 편의제공. - ACC 내부의 리서치, 크리에이션, 전시 관련 인사들과 네트워킹 제공. - 3회의 스튜디오 방문 (어드바이저 미팅, 2018년 기준 2회로 변경) - 3회의 그룹 투어.(2018년 기준 2회로 변경) - Works shop room 사용 가능. (테크니션은 없으며 안전요원은 있음) - ACC내의 각종 장비들 임대 사용 가능. - 작업비는 별도로 제공되지 않음. - 이듬해 라익스 아카데미 정규프로그램에 게스트 레지던시 작가로3개월 편입.

ACC-R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스튜디오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사무공간을 스튜디오 용도로 변경하여 작가들에게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1인 1실로 제공되며 흔히 상상 할 수 있는 작가작업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며 마치 영화에서 보던 은행가, 증권가, 변호사들의 사무실처럼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따금 금융가 역할놀이에 익숙지 않은 작가들은 랩탑을 들고 인근 카페나 공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한 달 정도 지난 뒤부터 서울에서 공기청정기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다 주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한 명의 스튜디오에 다 함께 모여 작업을 하기도 한다. ©J.Arens

국내 레지던시들의 경우 생활비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ACC-R프로그램에서 는 월 120만원의 생활비가 지급된다(2018년 현재 150만원 지급). 일반적인 국내 레지던 시들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활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작품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로 인해 잉여 개념 으로서의 사치로 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경제적,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는 상황 에서 자신이 다루는 문제에 대해 조금 다른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여러 층위 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환이라는 것을 이루어냈을 때, 한쪽에서만 바라보던 문제를 다른 쪽에서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가까이에 있던 것을 멀리에서 바라보게 되었을 때, 위 아래를 뒤집어서 보게 되었을 때, 편을 바꿔보는 것이 가능해질 때,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경계들을 흐릿하게 만들 때, 즉 다양한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여유가 생기고 좀 더 궁극적으로 질문에 닿을 수 있는 사고의 시간을 가지게 되며 비로소 자기 문제와 화 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그걸 사고한 방식을 공유할 방법을 찾게 된다면 그런 때에 정말 좋은 작업들, 이른바 온전히 향유될 수 있는 그런 작업들이 나오지 않나 생 각된다. 3개월의 짧은 시간 안에 그런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그런 빠른 템포의 작가들은 다른 곳에 지원함이 더 적절할 것 같다. ACC-R프로그램은 레지던 시가 종료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고 작가 스스로가 준비 되는 시간 에 초점을 맞추어 추후에 충분히 정제된 결과가 나타나길 믿고 지원하는 방향성을 가지 고 있다.

ACC의 시설 중 눈 여겨 볼 곳이 있는데 바로 Library park이다.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researcher들이 연구한 자료들을 모아 도서관을 구성했으며 2016년에 선정된 작가들부 터 이용이 가능했다. 일반적인 총합의 도서관의 개념이 아닌 특정 주제들을 연구하여 관련 도서와 연구 자료들을 큐레이션해서 만든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 견을 첨부하자면 Library park는 아시아가 어떻게 하나로 묶여 관계되고 분리되고 움직 여왔는지의 시간과, 운명적이거나 필연적으로 작동된 보이지 않는 힘이 어떻게 교차했 는지를 감각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으며 작업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었 다. 각각 건축, 퍼포먼스, 전시, 이주, 젠더, 산업구조 등의 소주제들을 엮어 섹션 별 로 정리해 놓았으며 인터뷰자료들도 있다.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며 개인적으로 가끔 광 주로 방문 할 때 마다 들러 자료들을 챙겨보는 편이기도 하다. 레지던시 작가들에 한하 여 도서 대출이 가능하며 작가들 스튜디오가 바로 위층에 위치해 있어 24시간 이용이 가능했다. *ACC 도서 수장고의 특별도서 열람도 가능하다.(아시아문화 전당장은 개관 이래 아직까지 공석이며 직무대리가 계속적으로 교체되며 이로 인한 내부 인사이동으로 인해 연구진행에 관한 사업선정과 예산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Library park의 컨텐츠 확장이 더뎌지고 있다.)

**studio night라고 불리는 오픈 프레젠테이션 이후 질의 응답시간에 나온 질문들을 통해 ACC 외부의 시선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공개적으로 나 온 다른 질의 중 하나는 자신들의 이해영역 과 상충하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작 가들을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것이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Meiro Koizmi 의 답변을 빌자면 작가 선정의 가장 주요했던 부분은 Library park의 자료들을 이용할 준비가 된 작가들을 뽑는 것이었으며 오픈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난 후 자신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었음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심사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 자면 1차로 서류심사에 통과 후 2차로 스카이프를 통해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모든 심사는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토의를 통해 선정한다. 지역작가에 대한 가 산점이라던가 잘 알려진 작가라던가 하는 사항들은 심사내용에 포함되지 않으며 작가의 관심사항이라던가 연구 방향 등을 반영하여 8명의 작가가 이루어낼 대화와 서로에게 미 칠 영향 등을 상상하여 8명을 구성하는 것이 심사의 최우선 목적이라고 한다. 쉽게 말 해 어떤 작가들을 어떻게 섞어 놓을 지가 가장 주된 심사요건이라고 한다.

Studio night에서 작업 프레젠테이션 중인 작가 Yuichiro Tamura(일본) ©J.Arens

레지던시 3개월 동안 뭘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3개월은 정말 짧다. ACC의 프 로그램 스케줄은 비교적 호전적이며 여러 기회를 단 시간 내에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시 간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면 자기 연구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2016년에는 총 3회의 투어와 3회의 스튜디오 방문이 있었으며 크고 작은 네트워킹 행사들이 계속 있었다. 레 지던시 프로그램 이외의 ACC전시, 공연, 강연 등에 참석이 가능하며 요청 시 관계자들 과의 미팅도 주선해준다.

ACC Researcher, Artist 의DMZ 투어 ©J.Arens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관람중인 작가와 스태프 ©J.Arens

DMZ안보 관광(하지만 매우 중립적인), 서울(미디어시티, 가나아트, 민속박물관, 아트선재, 삼청동 일대 갤러리 자유일정), 남도지역(부산비엔날레) 투어를 갔었고 주로 미술 관, 갤러리를 방문하며 전시 관람과 관계자들과의 만남 일정으로 이루어 져 있었다. 작 가들의 건의로 2017년 이후부터 2회의 투어로 줄였으며 개인 일정에 의하여 패스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각자의 컨디션에 맞추면 된다.

writer, artist, curator, researcher등으로 구성된 어드바이저와의 스튜디오방문이 3회 있었으며 매회 방문하는 방문자들과 선택적으로 신청 하여 만날 수 있다. 방문했던 어드바이저들을 소개하자면 Mike Nelson, Mihnea Mircan, Jaki Irvine, Meiro Koizumi, Aernoutn Mik, Ansuya Blom, Erin Gleeson, Melvin Moti , 김선정, 김현진, 함양아 작 가 등 이였다. 매년 작가들의 공통 관심사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어드바이저들을 초청 하는데 (이들의 cv를 구글링 해본다면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3~4일 가량을 머물며 스튜디오 방문 요청 시 작가 별로1시간 30분의 개별적인 미팅시간을 갖 는다. 시간적 여유가 될 때에는 함께 어울리기도 하며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현재 벌 어지는 지구적인 현상들에 대해 웃고 떠들며 캐쥬얼하게 놀기도 하지만 개별 미팅 때는 진지하게 작업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심 어리게 함께 고민해준 다. 작업의 방향에 대해 가리키기 보다는 관심사항에 대한 레퍼런스들을 제시해주고 그 것을 토의하고 응원해주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ACC 내에는 다양한 기자재를 보유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Workshop이 있으며 안전요 원이 상주하고 있다. 테크니션이 없는 관계로 필요하다면 작가 스스로 도전 제작 가능 한 여러 장비들이 있으며 장비들을 이용해 평소 제작할 수 없었던 작품을 제작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최근 프로그램의 방향을 들어본 바에 의하면 ACC에서의 시간 을 주로 연구, 발전과정에 집중하고 그 이듬해 라익스 아카데미로 가서 실질적인 작품 제작을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숙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로 모여있게 하는 것을 기본 아이디어로 하며 이 는 연속되며 사소한 마주침을 통해 보다 쉽게 서로 만나고 교류 할 수 있는 일종의 놀 이터를 제공해내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2016년에는 원룸형 빌라를 임대해 빌라 전체에 작가들이 입주하여 생활했었다. 가까운 틈새를 만들고 친밀한 유대와 그를 바탕으로 여 러 이야기들을 생성해 낼 수 있었으며 제약된 시간 없이 끊임없는 말의 놀이터를 조성 하고 그 안에서 새롭게 부딪힌 생각들은 작업에 보태어지거나 떨어져나가곤 했다.

(2018년 작가들의 경우 전당장 교체 이후 내부 인사이동과 부서 통폐합과정이 있어 숙 소계약이 늦어져 작가들이 각자 서로 다른 숙소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아이덴티티와 커뮤니티 사이에 오가는 힘의 관계에 대해 작업하는 다른 레지던시 팀의 연구원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J.Arens 작가 Rajyashri Goody(인도) ©J.Arens

학교에서 첫날을 보내고 “친구들을 사귈 필요가 있다”라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기본 적인 당연함과 이런 생각에 대한 가치지표가 되는 놀이터 인류학이란 것이 있다. 나는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기억하고 있으 며 이미 그 안에서 이미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을, 함께 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놀이터 불안이 그 안에 있었음을 알았다. 그때 일어난 일은,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에 대해 경 계하지 않고, 또한 쉽게 다른 사람들을 관계에 수용하는 것을 얼마나 간단히 인정하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경계를 긋기 위해 서로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 들어진 놀이터의 멤버들은 종종 서로와 그 안에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초대하 고, 참석하고, 참여하고, 주로 놀이터를 확고히 하는데 주력했으며 가능한 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그 안에 함께하려 했다. 카페, 뮤직바, 클럽, 노래방, 게이바, 산과 절 등을 함께 놀러 다니며 연이은 토론과 놀이의 주제들을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영어는 중급 언어일 뿐이었으며 누군가 언어로 인해 배제되지 않도록 주의가 있었고 이 그룹의 누군가가 사용하는 유일한 언어(지역)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단지 여기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대화를 만들었음을 기억한다.

- 개인노트에서 발췌-

*ACC Library park 지하에는 별도의 도서 수장고가 있으며 일반 문학에서부터 정치, 철학, 사상, 건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종류의 도서들이 보관되어 있으며 일반인도 예약 시 이용 가능하다. **studio night-오픈 스튜디오와 유사한 형태로 지역 미술관의 인사들과 기자들을 초청해 벌이는show case.

#라익스 아카데미 - 1회 항공비 지원. - 라익스 아카데미 내에 개인 스튜디오 제공

- 라익스 아카데미 근처에 개인 숙소제공.

- 전시가 있을 경우 소정의 재료비 지급.

- 3개월간 3425유로의 stipend. - 스튜디오 방문 제공.

- 라익스 내의 미디어, 세라믹, 조각, 회화, 영상미디어, 사진출력 Lab실 이용(테크니션 상주). - 정규 프로그램 레지던트들과 동일하게 프로그램에 참여.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라익스 아카데미는 베를린의 베타니엔 프로그램과 더불어 문예위를 통 해 매년 정기 입주 작가를 선발해오고 있어 이미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입주기간이 2년이며 매년 25명의 작가를 선발하며 인원이 많은 관계로 인한 배려차원인지 모를 50명의 레지던시 작가와 10여명의 스태프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조그마한 인명부를 방 문 첫날 받아보게 된다. 스태프 들은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온 전문인들이며 정규 직 원들이다. 아카데미의 원장부터 시작해서 각 LAB의 테크니션들과 구내식당인 cantina의 주 방보조인원들까지 모든 스태프들이 50여명의 작가 이름을 외우고 부르며 친밀함을 유대 하 려 한다. 반면 이곳에서 작가들 간의 교류는 기대했던 것보다 제한적이었으며 이는 10월에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준비하느라 대부분의 작가들이 분주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라익스 아카데미의 오픈 스튜디오는 작가들에게 일종의 열병을 만들어내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오픈 스튜디오가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5000여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ACC-R의 교환작가는 시기적으로 오픈 스튜디오에 참여할 기간이 맞지 않으므로 참가가 어렵 다고 보면 되지만 누군가 이를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가 주된 교통수단이며 자전거로 10여분 통근 거리에 있는 숙소를 일반 적으로 배정받게 되는데 운이 좋다면(?) 라익스 아카데미 안의 게스트전용 스튜디오와 그에 딸려있는 숙소를 사용할 수 있다. Dutch인들 특유의 매우 검소한 형태이며 통근을 귀찮아 하는 타입의 작가들에게는 매우 좋을 수 있다. ACC와 마찬가지로 3개월간 stipend를 받게 되는데 한 달에 1000유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며 암스테르담의 물가를 생각하면 크게 부족 하지 않은 편이다. 레지던시 단지 안에 cantina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어서 작가들의 경 우 점심5유로, 저녁 8유로 정도의 가격에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하지 않더라 도 크게 식비지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라익스 아카데미 내의 카페테리아 cantina에서 8유로에 먹을 수 있는 식사 ©김재범

레지던시 기간 중 개인전을 연다면 전시 재료비로 300유로의 지원금이 별도로 나오는데 적 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비용으로 라익스 내의 Lab실을 이용해 상당한 수준의 작품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24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디지털 프리미엄 아트 프린트를 라익스 프린트Lab에서 30유로정도의 재료비만 사용하여 출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익스 아카데미에는 회화, 도자기, 사진, 영상, 조각에 대한 Lab실이 구비 되어있으며 전문 테크니션이 상주하며 작업진행을 도와준다. 만약 해당분야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작업아이디어를 들고 예약 방문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 준다. 전문매체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에겐 더 없이 좋은 시스템이다.

디지털 프린트 Lab에 구비되어 있는 출력 용지 랙으로 이런 랙이 8개정도 더 있다. ©김재범

이곳에서도 ACC와 동일하게 스튜디오방문을 통해 어드바이저 미팅이 진행되며 원하는 작가 들은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에 선착순으로 지원하여 만나게 된다. 이미 ACC에서 숨차게 미팅 을 했다면 지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라익스 아카데미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강연이다. 유럽 내에서 이동해 다니는 큐레이터나 학자들을 한 달에 한번 정도 게스트 강연자로 초청하는데 꽤나 흥미로운 강연들이 많다.

COLLECTING ART AND OTHER GLOBAL PREDICAMENTS a talk by Gerardo Mosquera

Pablo Helguera: Artoons

The lecture will discuss some existing limits to true global circulation and legitimation of art. It will comment on the growing and ambiguous role of private collecting that has led to an “Art Fair Age”, and the challenges to museums and public collections. The explosion of local contemporary art practices throughout the world, and their complex interaction with global markets, circuits and collections, demands more decentralized museum procedures.

이메일로 온 Gerardo Mosquera의 렉처 공지문 중 발췌

별도로 작가들끼리 film을 구해서 함께 상영회를 한다든가 도서에 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이라던가 하는 소소한 개별적인 활동들이 있기도 하다. 떠나오기 직전 왕좌의 게임 시즌 7이 시작되었었는데 스튜디오에 모여 함께 보자는 메일이 돌고 있었으며 아마도 시즌 끝날 때까지 함께 들 시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날씨가 좋으면 정원에서 식사를 한다. ©김재범

어떤 의미에서 놀이터의 구성원 모두 가족보다 나은 환경에서 진정으로 서로 가깝다. (양육 에서 오는 필연적 인 외상을 겪지 않으므로) 서로 가깝고 그 다음날 모두가 벗어나고, 그 부분은 가족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 족보다 더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정기적인 가족으로 볼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임시적 형성의 측면은 이 만남이 일시적이기에 서로 만들어 놓은 경계 역시 일시적 인 것으로 알게 됨으로 인해 그들 자신의 경계 정책을 전혀 쓸모없게 만든다. 이런 경계 없 음이 서로 가지고 있던 질문에 대해 비판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형성하고 그 시 간을 아름답게 만든다.

- 개인노트에서 발췌 -

ACC와 라익스는 서로 연결된 프로그램 이지만 각기 다른 배경과 성장의 시간을 이유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라익스는 자체 펀딩이나 기부 등이 함께 이루어지며 상 대적으로 외부에서 작동되는 틀이 없이 운영되는 프로그램인데 반해 ACC는 국정 감사를 받 는 국가 산하 기관이다. 라익스 아카데미가 있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의 경우 일찍이 산 업기반의 변화를 아주 빠르게 경험하며 이른바 삶 속에 연관되는 정치행위들, 즉 생 정치의 생산이 점점 더 우세해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도시 자체를 창조 혹은 예술 도시로 브랜드 화 하고자 창조계급을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인 예술가들을 길러내려 했다. 예술, 정치, 경제의 관계를 도시와 관련짓는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경제적 생산과의 관계에서 예술 및 예술가가 하는 역할을 새롭게 조명 한다는 점에 있다. 국내에서(해외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예술 및 예술적 실천을 국가정책에서 다루고 이 실천들이 증가하는 상황은 예술가들에게 유 익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 방향성이 의도치 않게 국가, 혹은 자본주의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이제 4회째를 맞은 ACC-R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안의 예술은 외부의 힘들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예술일 뿐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레지던시에 대한 오해들은 해당 레지던시에 대한 정보 부족과 기대 의 오류에서 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각 기관들은 자신들의 고유성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세우기 마련이며 이러한 특수성 안에서 감내할 수 있는 부분들과 그렇지 못한 부분들을 충 분히 이해하고 지원했을 때에 비로소 서로 연결 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 짧은 기간 동안 의 시간들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선정되고 안 되고의 기준은 단지 서로 준비가 되어있을 때 만날 수 있다 라는 것이며 누구 의 준비가 덜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위의 내용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을 열 고,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체육관에서 단련할 생각이 있다 면 매년 4월에 있을 ACC 레지던시 오픈콜을 준비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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